레고랜드 개발 히스토리
작금의 레고랜드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레고랜드가 개발된 히스토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때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1년 영국에 있는 Merline Entertainments라는 회사가 우리나라에 레고랜드를 짓겠다고 합니다. 원래 이 레고랜드는 인천에 조성하려고 계획했지만, 인천은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이 되어 있어서 여러 가지 규제로 인해 개발 진행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 과밀억제권역 : 수도권의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기 위해 구분한 권역의 하나로 인구와 산업이 지나치게 집중되었거나 집중될 우려가 있어 이전하거나 정비할 필요가 있는 지역을 말한다.
그러던 와중 강원도에서 레고랜드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입니다! 레고랜드로 말하자면,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함께 세계 3대 테마파크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강원도에서는 레고랜드 조성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등 부수적인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강원도 춘천 중도라는 섬 지역에 레고랜드를 조성하는 것으로 합작 계약을 체결합니다. 보통 이런 사업을 진행할 때에는 'SPC(Special Purpose Company)'라고 불리는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여 진행하는데, 이에 따라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라는 회사가 생겨납니다.
레고랜드는 2015년 개장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개장이 된 것은 바로 올해 2022년 5월. 원래 목표로 했던 시점보다 훨씬 늦은 시점에 개장하게 된 이유는 바로 유물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레고랜드 공사를 진행하면서 땅을 파보니 이곳에서 대규모 유적이 발견되었던 것입니다.
2000년 전 조성된 선사시대 유적 및 고인돌을 비롯한 청동기시대 공동묘지 등이 발견되면서, 한반도 최대 마을유적으로 기록될 정도의 대규모 유적이 발견된 것이었죠. 보통 이런 공사가 진행되면서 유적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모든 공사의 과정이 중단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공사가 중단되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공사를 하기 위해 준비되었던 모든 것들, 예를 들면 인건비, 자재, 크레인 비용 등과 같은 비용들은 계속해서 지출이 됩니다. 비용은 계속해서 지출이 되고 있고, 거기에 유적 발견으로 인한 여러 가지 공사비용까지 추가되다 보니, 강원도중도개발공사는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이원제일차'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2,000억 원의 채권을 발행합니다.
이 채권을 ABCP(Asset Backed Commercial Paper)라고 하는데 특수목적회사(SPC - 여기서는 강원도중도개발공사)가 매출채권, 부동산 등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입니다. 강원도중도개발공사는 앞으로 레고랜드가 개장하면 거기에서 나오는 입장료로 돈을 갚겠다는 조건으로 일종의 PF 대출을 실행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레고랜드는 만들어지기 이전 무형의 담보였기 때문에 보다 확실한 보증을 필요로 했고, 이에 대해 강원도라는 지자체가 지급보증을 해주게 된 것입니다. 강원도는 국가 지자체인 만큼 망하지 않을 확실한 보증처가 될 수 있었던 것이죠. 지자체가 보증을 한다니 다수의 금융기관들도 안전한 투자처라고 판단해 투자를 강행하게 됩니다.
* PF (Project Financing) : 돈을 빌려줄 때 자금조달의 기초를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사업주의 신용이나 물적담보에 두지 않고 프로젝트 주체의 경제성에 두는 금융기법. 즉, 미래가치 및 수익성을 보고 돈을 빌려주는 것.
하지만 강원도도 상황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특히나 큰 수익을 기대했던 평창올림픽에서도 손실이 난 상황이었고요. 그런 와중 2022년 5월, 레고랜드는 성황리에 오픈을 하게 됩니다!
레고랜드 사태란?
성황리에 개장한 레고랜드는 꽃길만 걸을 것 같았지만, 문제는 채권 만기일을 하루 앞둔 2022년 9월 28일. 現 강원도지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강원도중도개발공사에 대해 법원에 회생신청을 발표한 것입니다. 즉, 우리는 돈이 없으니까 빌린 돈 못 갚겠다!라고 선언해 버린 것과 마찬가지이죠.
이를 두고 레고랜드 사태라기 보다는 김진태 사태라고 불러야 마땅하다는 의견들도 있는데요,,
도대체 왜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사실 지자체에서 이런 일들이 예전에도 간간히 있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경기가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지금의 국제 정세나 우리나라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 더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간단히 살펴보면, 외국에서 볼 때 한국이라는 나라의 지자체가 갑자기 돈을 못 갚겠다고 한 것으로 인식이 되면서 국가적 신용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죠. 그러면서 다른 금융기관들까지도 불안감을 가지게 된 것이고요.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말 한마디가 우리나라 금융시장 전체의 신용을 흔들어 버리는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지요.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초우량 기업인 한국전력의 국공채도 팔리지가 않았습니다. 한전은 독점기업이기 때문에 절대 망할 수가 없는 곳이라고 볼 수 있어요. 심지어 기업이 힘들어지면 전기료를 인상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서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최상의 신용상태를 가지고 있는 기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지자체가 갑자기 돈을 못 갚겠다고 한 상황에서,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는 한전의 채권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되어 버린 것이죠. 그렇다면 이보다 신용도가 낮은 일반 회사채들의 채권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 되겠지요. 정부의 지급보증도 못 믿을진대, 일반 회사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을까요?
레고랜드 사태의 영향
이렇게 시중에 돈이 돌지 못하게 되면 특히나 규모가 작은 회사들의 경우는 돈을 빌리기가 너무 힘들어집니다. 기업들은 돈을 빌려서 빌린 돈으로 수익을 내고, 그 수익으로 빌린 돈을 갚으면서 금융이 순환되어야 하는데, 기업들이 돈을 못 빌리고 기업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힘들어진 기업들은 부도의 위험까지 내몰리게 됩니다. 그래서 레고랜드발 돈맥경화라고 하는 말이 생겨난 것이지요... 이러한 채권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정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급하게 채권시장 안정기금을 만들어서 50조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높이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50조 원의 돈을 시중에 또 푼다?라는 게 외부에서는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는 포인트인 것이죠. 그러니 한국은행에서는 "아니야, 이건 채권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이고! 우리도 물가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는 시그널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아마도 한동안은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가장 주목해서 보아야 할 점은 현재 부동산 PF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전쟁까지 터지면서 물가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오르며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장에 돈이 귀해지면서 돈을 빌려오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게다가 PF대출은 미래가치를 보고 돈을 빌려줘야 하는 것으로 프로젝트의 성공가능성이 높아야 돈을 빌려줄 수 있는데, 현재 국내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은 것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둔촌주공 PF마저 조달에 실패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더욱더 PF 시장이 좋지 않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자금력이 강한 1금융권은 리스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PF 대출을 기피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돈을 빌리기 위해서는 2금융권, 3금융권으로 넘어가는 상황까지 되었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금융을 조달하는 비용은 더욱 커지고, 부실의 위험 또한 더 커지게 되는 것이지요. 이미 이런 현상이 펼쳐지고 있던 부동산 PF 시장에서 레고랜드 사태가 불을 더 지피게 된 것입니다!
레고랜드 사태와 부동산의 상관관계?
레고랜드 사태를 두고 10년 전 저축은행 사태를 보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당시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로 인해 부동산 pf 시장이 많이 위축되었고, 이로 인해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 중소건설사들 위주로 부도를 맞게 됩니다. 그 결과 지방에는 새로 짓는 아파트가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즉, 지방 부동산 아파트의 공급이 급격하게 감소한 것입니다. 따라서 당시 2010년대 초반 서울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하락장이 펼쳐질 때 지방은 엄청난 상승장이 펼쳐지게 됩니다. 아파트를 짓지 않으면 전세 물량이 급감하고, 전세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전세가격이 오르고, 오른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까지 밀어 올리게 된 것이었습니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는 국내 금융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 왔습니다.
대형 건설사들도 부도 위험에 처했다는 찌라시가 돌기도 하고, PF 금융을 많이 하고 있는 증권사들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안 그래도 위축되고 있던 경기는 더욱더 얼어붙었고, 긴축 재정을 외치던 정부에서도 막대한 유동성을 재살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지도자의 말 한마디로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는 사건입니다. 하루빨리 사태가 마무리되어 국내 경기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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